1.글자와
처음 쓰는 시.
- 시집을 읽다가 방바닥에 던져 두었다
보일러가 겨울 내내 방바닥을 지져댔는데
할머니가 그 사이 메주를 띠었다
메주 구린내가 가득해서 방 문을 열고 싶지 않았어
시집이 있는줄은 까맣게 잊고.
부풀어 있었다
시집은 원래
작은 책인데..
부푼 시집을 펼쳐 보니
불어터진 글씨마다
미생물이 뽁뽁 피어있는데,
덤으로 구수한 메주의 냄새는
말할 것도 없었지
발효된 글씨를 읽어 본다
더듬더듬
또박또박
한자 한자
소리내어 읽어 본다
마음이 부풀려질때까지
시집이 쪼그라들때까지
2.숫자와
3.이미지